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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순방의 과제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6-05-10   조회수 : 2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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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0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 시 필자도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테헤란을 다녀왔다. 건설업계 현지 지사장 및 대형건설업체 CEO와의 간담회도 있었고, 한ㆍ이란 비즈니스포럼에도 참석했다. 귀국해서 국내 언론 동향을 보니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방문으로 30개 프로젝트에 걸쳐 6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여 최대 456억달러(약 52조원) 수주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 중 도로·철도·수자원 관리 부문이 121억달러, 석유·가스·전력 재건부문이 316억달러에 달한다고 하니 건설업계로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가계약 2건 외에 실제 체결된 계약은 없고, 대부분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 수준인지라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이란 방문의 성과를 폄하할 이유는 없다.

이번 방문은 오랜 경제제재에서 풀려난 이란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적절한 행동이다. 양국 정부 간 접촉을 통해 협력할 프로젝트를 찾고, 대규모 민간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가서 비즈니스 차원의 접촉 기회를 열었다는 사실만 해도 큰 성과다. 금융지원을 비롯한 실무적 차원의 논의는 이제부터 시작하면 된다. 오랜 경제제재와 저유가 지속으로 이란의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향후 공사대금 회수 가능성이 낮다는 식의 지적은 이란뿐만 아니라 중동산유국 전체에 대한 우려일 것이다.

석유ㆍ가스 같은 막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인구 8000만명에 한반도 면적의 7.5배에 달하는 광대한 영토를 가진 이란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아직 5000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개발수요는 석유ㆍ가스 같은 에너지 분야뿐 아니라 인프라, 신도시, 주택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복합적이다. 2%대의 저성장률이 고착화되는 듯한 국내 경제여건, 절반이나 줄어든 중동건설 수주실적을 볼 때 정부든, 기업이든 이란같이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신시장 진출기회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

이란 방문에 뒤이은 정부의 외교적, 금융적 지원과 더불어 이제부터는 민간 기업인들이 창조적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여 66건의 양해각서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란 방문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이란시장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공유할 수 있는 ‘시장정보체계(Market Intelligence System)’부터 구축했으면 한다. 이란에도 ‘연평균 8% 성장을 목표로 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있다는 정도의 포괄적인 수준을 넘어서 구체적이고 정확한 개발계획이나 개발주체 및 개발수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산학연관 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 시장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면서 부족한 이란 전문가를 양성해 나가야 한다.

이란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금융지원이 필수적이다. 정부도 지난 3일 총 250억달러에 달하는 금융패키지 계획을 발표하는 등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지원은 이란시장 진출을 위한 마중물로 볼 수 있다. 이란을 비롯한 저개발국의 투자개발형 사업수주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금융위기 이후 논의가 중단되다시피 한 투자은행(IBㆍInvestment Bank) 설립과 육성을 추진해야 한다. 건설사는 프로젝트 개발이나 시공 및 유지관리의 주체이지 투자의 주체가 되기에는 한계가 많다. IB 없이 투자개발형 사업의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민간투자사업(PPP) 등 이란의 많은 사업부문은 법ㆍ제도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장기투자가 가능하다. 우리의 인프라 개발 경험이나 노하우 전수는 이란 정부가 원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란 공무원들을 대거 한국으로 초빙하거나 우리 전문가들을 이란으로 파견하자. 이란 공무원들에게 한국의 법ㆍ제도, 인프라 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교육함으로써 우리 건설업체들의 진출확대를 위한 법적ㆍ제도적 기반을 정비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출발점이다. 건설업계도 이란시장에 대한 이해와 현지화, 시장전문가 양성, 리스크관리 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큰 성과를 얻기 위한 전략을 강구해야 할 때다.



출처 : 건설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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